전쟁광의 장미
정신이 돌아오면, 전사는 장미 화원에서 머뭇거린다.그에겐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 심지어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도 없었다.전사는 혈전 속에서도 쉴 틈이 나면 따뜻한 마음으로 정원의 연약한 꽃들을 돌봤다.마치 가시나무의 피처럼 붉은 꽃만이 그에게 얼마 남지 않은 온정인 것처럼…
전쟁광의 귀면
발광한 전사들은 고향을 삼키는 불길 속에서 준수한 용모를 잃었다.뜨거운 철 가면은 얼굴에 들러붙었고 전사의 얼굴은 냉혹한 표정을 한 채 굳어져 버렸다.생사를 넘나드는 혈투 속에서 공포스러운 철 가면은 상대의 몸을 두동강 내버렸다.철 가면은 위로부터 아래로 갈라졌고 철에 들러붙은 살은 깊게 베였다.하지만 흐르는 피와 아픔도 광전사의 발걸음을 멈출 수 없었다.광전사는 새빨간 피와 검붉은 피가 얼굴을 덮을 때까지 계속 울부짖었다.
전쟁광의 해골잔
피에 굶주린 광전사가 대지를 휩쓸며, 인류 그리고 마물과 전쟁을 벌이고, 마신에게까지 분노를 터트렸다.재가 날리는 황무지에서 떠도는 광전사가 고개를 들고 무시무시하게 거대한 마수를 들이받았다.냉혹한 강철 가면은 가라앉지 않는 분노를 감추고, 광전사와 마수는 끝없는 혈투를 벌였다.무수한 시간이 흐르자 거대한 마수는 결국 진이 빠져 쓰러졌다.마물의 부러진 뿔에 찬 골수는 승리를 자축하는 술이었다.
전투광의 깃털
신들과 인간의 혼전 속에서 전사의 고향은 전쟁의 불길에 휩싸였다.장미 화원은 불바다로 변했고 비보를 알리는 새는 동료의 시체를 쪼아먹는다.타오르는 불길 속에서 부활한 전사들은 복수와 살육의 욕망에 빠졌다.전장 위에서 흩날리는 검은 깃털도 복수자의 열광에 붉게 물들었다.
전쟁광의 시계
적수를 만나 본 적이 없는 광전사, 그 생애도 언젠간 끝나기 마련이다.피가 발밑에 굳고, 광전사가 피로에 지칠 때,그는 전장에서 최후의 적수를 만나 그의 목숨을 끊는다.석양 아래 피비린내 나는 전장에서 그의 모래시계는 피로 물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