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구의 꽃
「당신은 정말 불가사의하군요. 인간의 몸으로 이런 힘을 받아들이다니」「당신은 피와 눈물을 다 쏟아냈다고 했으니, 불로 몸을 채웠겠지요…」「온몸이 상처투성이겠지만, 상처와 눈가에서는 쇳물 같이 뜨거운 불만이 흐를 거예요」「주제에서 벗어난 것 같군요. 난 봉화를 따라 왔어요. 거래를 하려고…」「『폐하』의 은혜로 당신을 집어삼킨 불을 끄는 게 어때요?」최초의 어리석은 자는 「힘」을 생명의 불에 넘긴 거의 다 죽어가는 소녀,그녀는 「망상」을 넘어 오염된 과거와 깨끗한 미래의 경계를 봤다…난 깨달았다. 견고한 얼음으로 내 지워져버린 과거를 대신해 불을 끄자.까만 때와 세상의 아픔, 속죄하는 인간과 짐승을 침묵의 얼음으로 정화시키자.그렇다 해도 창백하고 순결한 화염은 여전히 그녀의 가슴속에서 활활 타오르고 있다…「나와 당신, 당신의 여왕이 노리는 목표는 같아요」「이 세상을 왜곡시킨 근원, 정어리석으면서도 검게 더럽혀진 심연을 정화시키는 것이죠」「좋습니다. 뭘 하든 괜찮아요. 날 우리의 목적을 이루는 도구가 되게 해줘요」「난 흰 옷을 입고 있지만 내 몸은 씻어낼 수 없는 유해들의 기름과 재로 물들어 있으니까요」
조소의 가면
동포들의 피를 씻어낼 수 없다면, 아예 운명을 비웃는 「어릿광대」가 되는 겁니다.내 재주와 학문이 「현자」에 못 미친다면, 전임 왕의 총애를 받지 못한다면,그들이 무거운 죄의 베일을 찟어버리는 것을 말리지 못해 신의 분노와 멸망, 어리석은 광풍을 불러 일으켰다면,차라리 어리석은 「우인」이 되어 내 아픔을 이해해주는 「폐하」에게 충성을 바치겠습니다…난 『어릿광대』라고 불리는 피에로입니다. 내 이야기를 들어주세요.자랑스러운 우인 동지들이여, 분노의 불꽃과 영원한 냉기를 간직합시다.우리 서로 세상의 진리가 터무니없고 싸늘하다는 것을 봤으니,함께 세상을 비웃는 가면을 쓰고 하늘의 이치를 바꿉시다.
초월의 잔
태어나면서부터 독보적으로 아름다운 외모를 지녔던 「그」는,오랜 「수명」과 공허한 「의지」를 약속 받았다.그는 신의 탁월한 피조물이었으나 무용지물이 되어 버려졌다.그는 알 수 없는 착오에 의해 「수면」에서 스스로 깨어나천지와 인간 세상을 거닐기 시작했다.어리석은 자가 그를 찾기 전에 그는 오랜 세월 떠돌며이런 경험들을 쌓았다.난 인간을 초월한 「인간」으로,신조차 내 운명에 관여하길 두려워한다.인간이든 신이든, 아니면 운명이 날 좌지우지할 수 없고남은 생을 어떻게 보내는지도 내 자유이다.이 가면을 쓴 사람들과 동행하는 건 흥미로워 보이니그들과 「한통속」이 되자.
명의의 깃털
「소위 말하는 『인간』이란 복잡한 기계에 불과합니다」지혜의 터전에서 한 소년이 논증을 펼친다.어떤 부위를 분해해 일부분을 개조한다면그 기계의 성능은 대폭 향상될 수 있고신의 눈이 있건 없건, 체질과 무예가 어떻든「최적화된 인간」은 예상을 초월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법…이 방법은 「사마외도」라고 폄훼되어 금지되었고소년도 연구 노트의 한편에 마구잡이로 자신의 느낀 점을 기록했을 뿐이었다.1. 예상했던 사실: 아카데미아의 스타일로는 연구 성과를 낼 수 없다.2. 그러나 쫓겨나는 건 손해다. 좋은 연구 환경을 갖춰야 한다.「이단」의 소문에 따라, 최초의 어리석은 자가 그를 찾아냈다…「고작 『최적화된 인간』일 뿐이잖아요——귀국에서 충분한 물자와 시간을 제공해준다면, 난 당신들이 말하는 『신』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어떻습니까?」뜨거운 사막에서 그는 호기심에 찬 눈으로 스네즈나야의 사자를 쳐다봤다.당신도 아카데미아 사람들처럼 날 「괴물」이나 「미치광이」라고 부를까?아니면 고향 사람들처럼 몽둥이와 갈퀴로 날 내쫓을까…하지만…「좋습니다. 그럼, 우린 이제 동료입니다」「당신의 호칭은——」그에게 붙여준 호칭이 너무 아이러니해서 소년은 큰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정지된 시간
금전 유통 경로는 세상의 혈관이다.그렇다면 이 세상의 중심은 바로 황금의 심장이다.까닭 없이 「인정」을 받은 그는 세속의 힘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그러나 「그들」이 금전을 헌신짝 버린다고 해도,무수한 권능 중의 하나로, 그것은 「신」의 수중에 있다.어쩌면 그는 가난했었기 때문에 금전에 병적인 집착을 보이는 것인지도 모른다.어쩌면 신의 총애를 받지 못했지 때문에 대항하려는 의지가 불타올랐는지도 모른다…「금화의 발원지 사람들은 『계약』을 몹시 중요시합니다」「금전의 명의로 난 우리 사인의 『계약』을 지킬 것입니다——」「모든 수단을 동원해 난 세계의 돈을 유통시키는 심장이 될 겁니다」「그 후 필요한 시점에 심장을 우리의 의지에 따라 멈추게 할 겁니다」